우리나라가 산업사회로 진입한 이후 국민들의 음식문화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과도한 당류 및 가공식품 섭취로 인한 치아우식증(충치)의 급격한 증가추세는 가히 염려스러운 수준에 도달해 있다.
실제 1996년 의료보험연합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의료보험으로 진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빈도에 있어서 감기 등의 상기도 질환에 이어 충치로 인한 질환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국민이 그로 인해 겪는 고생은 표현이 불가할 정도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97년 자체조사한 자료를 보면 서울시민이 앓고 있는 만성 질환 중 1위가 충치로 나타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다.
그 원인을 굳이 따지려 한다면 개인의 위생관리의 불철저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에 앞서 국가의 보건정책의 후진성에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결과 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한국만이 지난 10년 들어 충치 등을 포함한 구강보건 상태가 악화일로에 있는 나라로 남아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 준다해도 국가 차원의 구강보건정책의 전무함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있다해도 예방보다는 치료를 우선시하는 거꾸로된 정책은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지 개선시켜주지 못하고 있음은 있는 사실들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단적으로 80년 이후에 치과대학이 3개에서 현재 10개로 늘어나고 치과의사의 수는 70년대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12세 어린이의 영구치 충치수는 5배나 넘는 수치를 보이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65세 이상의 노인 가운에 2/3가 틀니가 필요한 상태이고 97%가 잇몸병으로 고생하고 있을뿐 아니라 만 5세 유아들은 82%가 충치를 앓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역으로 늘어난 치과의사의 경제력을 충당해주는 정책이 돼버린 꼴이다. 의료보험연합회의 통계에 다르면 전체 진료비 중 치과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989년에는 1.7%에서 1995년에는 16.7%로 10배 이상 증가하였고 이후로도 여전히 가파른 증가 추세에 있다.
더 나아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통계에 의하면 96년 치과진료비는 1조6천7백억원에 달하며, 아직도 많은 경제적 약자층이 치과의 높은 비보험 문턱을 비껴가 무면허의료업자(돌팔이)에게 보철 처치를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액수가 될 것이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다발성 질환인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공중구강보건사업을 시작하여 적지 않은 효과를 보고 있다. 그 사례로 수돗물을 마실 수 없는 서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미국을 비롯하여, 영국, 독립국가연합(옛 소련), 캐나다, 이란,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동유럽 등 세계 61개국에서 수돗물에 저농도(1ppm)의 불소를 첨가하는 수돗물불화 사업을 실시하여 약 60%의 충치 예방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수돗물불소화 사업이 세계 3대 보건사업의 하나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사업은 비용 효과 면에서 소아마비 예방 접종 다음으로 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WHO(세계보건기구)와 미국의사협회, 미국치과의사협회, 영국의 왕립보건학회 등 세계 유수의 보건의료단체들이 권장하고 있는 안전하고, 경제적이면서 실용성이 높은 공중구강보건 사업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0년부터 청주와 진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약10여 군데에서 이 사업을 실시하여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음은 보건복지부 조사 자료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불소만큼 철저하게 그 안전성이 검정된 물질도 없다. 1945년 1월 미국에서 최초로 수돗물에 결핍된 불소를 보충하여 수돗물의 불소농도를 조정한다는 견지에서 수돗물불소화사업이 실시된 이래로 60년대 말까지 계속적으로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또 이것이 검정되었다.
사망율과 상병율을 위시하여 각 장기별로 병리적 영향, 태아의 성장발육 및 기형발생에의 영향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불소화된 수돗물의 가능한 유해를 검색하였다. 불화된 수돗물의 가능한 유해에 대한 각종 검색결과 수돗물불소화사업에 첨가되는 불소는 어떠한 유해작용도 나타내지 않는다고 결론지어졌다. 수돗물불소화 사업은 이제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현재까지의 연구 및 역학조사결과 세계의 믿을 만한 보건의료단체는 이사업의 효율과 안전성, 경제성 그리고 정당성을 여전히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1996년 현재 충치와 관련하여 보험 혜택을 받아 지출된 진료비만도 3726 억원에 이른다. 수돗물불소화 사업이 정착되어 효과를 보였을 때 충치예방 효과를 최소 40%로 잡더라도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1490억원의 진료비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충치로 인한 치료나 충치로 인한 발치(이를 빼는 것)로 부수적으로 따르는 보철 처치에서 지출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 절감액은 실로 놀라울 정도임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수돗물불소화 사업에 드는 비용은 국민 1인당 연 200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른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잘사는 20%와 나머지 80%로 나뉘는 이른바 `20대 80'의 시대가 오고 있고 우리 역시도 국제통화기금 관리 체제를 맞으면서 20대 80으로의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실직자 대책이나 노숙자 대책이니 실업극복운동이니 하는 소리는 일상적인 단어가 돼버린 느낌이다. 그를 위한 정부 예산의 확충을 위한 세수의 확대나 기금모금은 또 결국 국민에게로 전가되는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수돗물불소화 사업의 확대 실시 등의 방법으로 국민들, 특히 실직자와 그 가족들이 당하고 있는 병의 고통과 그로 인한 가계지출을 줄일뿐 아니라 국가 재정에서 절감된 예상으로 그들의 복지를 강화해나가는 것은 훨씬 효율적이며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진지하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