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빨리빨리' 속성이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 조급증의 이유는 결국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후유증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인 것 같다. 물론 그 결과로 경제의 발전과 부지런함으로 대변되는 국민성이 인정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조급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그 조급증이 필요 없거나 있어서는 안 될 영역까지 만연함으로써 많은 부작용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15~20여 년전, 한참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있을 때 병원에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들은 '안 아프게 해주세요.'와 '튼튼하고 오래 가는 걸로 해 주세요.'였다. '안 아프게 해 주세요.'는 지금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하는 말씀이지만 '튼튼하고 오래가는 걸로 치료해 주세요.'는 최근에 별로 듣지 못하는 말이 되었다.
요즘은 '자연스럽고 예쁜 걸로 해주세요.' 아니면 '빨리 빨리 해 주세요.'란 말을 훨씬 많이 듣고 있다.
예쁘고 심미적인 것을 추구하는 최근의 유행으로 볼때 예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빨리 해 달라고 채근하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사실 조금은 화가 나기도 한다. 다들 알겠지만 사람 몸은 기계처럼 정해진대로 나아지고 고쳐지지는 않는다.
본인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언제까지 치료를 끝내 달라는 요구는 치료결과에 상관없이 대충 치료를 하게 만들고 그래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인 것이다.
최근에 치과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미백치료에서도 급속미백이라는 치료법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치아 변색의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치료법을 안다면 굳이 급속미백술만 고집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
치아의 변색은 선천적으로 치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변색 물질이 형성중인 치질에 결합하여 변색이 일어나는 경우와 후천적으로 여러가지 음식물이나 기호품에 의해 변색이 일어나는 경우로 나뉘게 된다. 선천적인 변색은 그래서 미백치료가 아주 어렵거나 한계가 있게 되어 아주 오랜시간 미백을 하거나 다른 치료법을 병행하게 된다.
후천적인 변색은 미백의 효과가 아주 좋으나 음식물의 섭취를 조절하지 않으면 또다시 변색의 가능성은 높다. 이런 상황에서 급속미백은 고농도의 약재로 짧은 시간에 특수한 광선을 쪼여 미백치료를 하게 되는데 우선 치아의 과민증 유발 가능성도 높고 잇몸의 약재에 의한 화상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물론 이런 부작용은 일시적인 것이지만, 그래도 환자의 불편감은 당연히 생기고 또한 변색의 재발 가능성도 지속적인 자가미백술 보다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농도 미백술 직후의 치아표면 부식효과에 의해 치아가 일시적으로 더 희게 보이는 착시현상도 무시할 수 없는 일종의 현혹이다.
내가 수련받던 시기가 우리나라의 미백술이 막 시작하던 때였는데 이때는 엄청나게 뜨거운 열과 고농도의 약재로 치료를 시도해 환자들은 울면서 병원을 나가고 했다. 물론 효과는 거의 없었고……. 지금은 환상적이리 만큼 안정적이고 편하며 효과 또한 뛰어난 치료법으로 환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이나 면접을 앞두고 급히 미백을 원하는 분들, 시간이 촉박한 유학생이나 예비 커플 등 빠른 시간내 미백을 원하는 분들에게 분명 급속미백술이 유용한 치료법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더 효과적이고 편안하게 하얀 치아를 갖고 싶어하시는 분들에게는 집에서 느긋하게 할 수 있는 자가미백술이나 아니면 두가지 방법의 병행을 권해주고 싶다.
자가미백술도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안내하에 이루어지고 3-4주의 시간이 필요로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큰 어려움없이 더 오래 지속되는 미백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몸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슬로푸드 운동을 새삼 들먹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든 치료는 우리몸에 맞게 적당한 속도도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