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해치는 성장기 스트레스 심각... 이상 발견되면 조기에 교정치료를
초등학교 4학년생 상연이는 '드라큘라백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드라큘라 같이 삐죽이 튀어나온 치아 때문이다. 상연이는 주위 친
구들이 하도 놀리는 바람에 매년 방학 때마다 참가하던 여름캠프도 올해는 가지 못했다.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웃을 때는 여지없이 이가
드러나는 바람에 잘 웃지도 못했다. 캠프에서 아무리 즐거운 일이 있어도 잘 웃지 못하니 아이들이 무뚝뚝하다고 친해지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입을 가리고 웃으니 '여자처럼 웃는다'고 또 놀림을 당한다.
초등학교 2학년생 수정이도 같은 경우다. 수정이 어머니는 "딸아이가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은 이후 학교를 가기 싫어한다"며 그 이유로 "몸
이 뚱뚱한 데다가 튀어나온 치아 때문"이라며 여름방학을 이용해 치과를 찾았다.
수정이는 유치원 다닐 때부터 아랫니가 윗니를 덥고 있는 반대교합 때문에 윗턱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 현재 수정이의 영구 치아는
아랫니 4개, 윗니 4개가 있지만 치아가 잘못 맞물려 불균형한 얼굴 형태로 병원을 찾았다. 이같은 반대교합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아주 흔
하다.
수정이와 같은 치아 상태는 빨리 교정 치료를 해줘야 한다. 교정 치료를 늦추면 아랫턱만 불균형하게 성장해 주걱턱이 된다. 실제 주걱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주위 사람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수정이는 다행히 뺏다 꼈다 하는 단순한 교정 장치만으
로도 치료가 가능해 예쁜 얼굴을 되찾았다.
체격보다 아이를 더 괴롭히는 요인
상연이나 수정이와 같이 치아의 생김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이나 따돌림을 받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교정
학술지 〈미국교정학회지〉 2002년 1월호에는 "아이를 괴롭히는 요인으로 키-몸무게-머리색보다 치아 상태인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아이의 치아가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치열이 고르지 못한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유전적 원인과 잘못된 습관, 관리 소홀이 그것이다.
부모가 치열이 고르지 못하면 자녀도 치열이 고르지 못할 확률이 높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이 신체의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턱뼈와 치열의 모양, 크기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생활습관이 나빠도 문제가 생긴다. 혀를 내밀거나 손을 빠는 습관이 오래 유지되면 앞니 사이에 공간이 생길 수 있고 위턱과 아래턱의 이
상 성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나쁜 습관을 부모가 사전에 주의시켜야 아이가 고르고 예쁜 치아를 유지할 수 있다.
관리를 못해 젖니가 너무 일찍 빠지면 덧니가 나올 확률이 높다. 치아를 가는 시기에 제대로 젖니를 뽑아주지 않아도 영구치가 나올 공간
이 부족해 덧니가 생긴다. 치아가 배열될 공간이 부족할 경우에도 제대로 배치가 되지 않아 치열이 고르지 못하게 된다.
이럴 경우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치아가 고르지 못하거나 제대로 맞물리지 못하는 부정교합 상태가 되면 칫솔질이 어려워 각종
구강질환이 생긴다. 제대로 씹지 못해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윗니와 아랫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으면 음식을 씹을 때 좌우에 불균형한 힘이 가해져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고 목이나 어깨 근육, 더 나
아가 허리 근육에까지 부담이 된다. 이는 두통이나 어깨-목통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걱턱이 되거나 얼
굴이 비대칭이 되기도 한다.
외모에 민감한 시기에 치명적 약점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덧니가 있거나 치열이 고르지 못하면 '드라큘라', 얼굴이 비대칭이면 '아수라백작' 등 또래 친구들에게 별명을 가지게 된다. 병원을 찾은 아
이에게서 종종 볼 수 있는 사례다. 외모에 민감하고 여러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요즘 아이에게 이런 별명은 정신적으로 치명적
인 약점이 된다.
위의 상연이처럼 웃기를 꺼려하고 웃을 때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그로 인한 나쁜 별명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다보면 다
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게 된다. 사회활동에 소극적이거나 내성적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공격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아이도 있
다. 치아에 문제가 있는 아이는 조기에 교정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과거 교정 치료가 단순히 건강과 관련됐다면 최근에는 심미적 목적과 정신 건강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적당한 치료 시기는 영구치가 다 나온 초등학교 4, 5학년 정도인 11~12세가 좋다. 외모에 관심이 많아 스스로 교정 치료의 필요성을 인
식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나이와 치아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치료 기간은 보통 18~30개월 정도 걸린다.
치아 표면에 금속이나 세라믹으로 된 브라켓을 고정으로 부착한 후 철사로 연결해 치아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교정 방법이
다. 대개는 치아 겉표면에 부착하지만 이런 것이 싫다면 남의 눈에 안 띄게 치아 안쪽에 부착할 수도 있다.
뺏다 꼈다 하는 마우스피스 형태의 투명장치를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역 연기자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굳이 안쪽에 할 이유가
없다. 치료 기간은 물론 가격도 1.5~2배 정도 더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입안이 잘 헐거나 입병이 자주 나는 아이에게는 바람직하지 못하
다.
부정 교합의 원인이 뼈에 있는 경우에는 턱교정 수술을 받거나 얼굴에 착용하는 장치(헤드기어-페이셜마스크-친캡 등)를 사용해서 교정
할 수 있다. 턱 교정은 뼈의 위치를 정상화할 수 있는 6~8세 때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주걱턱은 만 10세가 넘으면 치료가 매우 어려우므
로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