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을 때나 딱딱한 것을 씹을 때 가장 바쁘게 힘있게 움직이는 건 어금니입니다. 아무리 잘 먹어도 소화를 제대로 시키지 못한다면 건강에 보탬이 될 수가 없죠. 소화를 잘 시키려면 먼저 입에 들어온 음식을 잘게 부숴줘야 합니다. 그래야 음식물 표면적이 넓어져 위와 장을 거칠 때 소화효소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금니가 건강해야 식생활이, 더 나아가서는 생활자체가 풍요롭게 되는 것이죠.
# 첫 어금니
첫 어금니는 만 6세 때 올라오게 됩니다. 이때부터 어금니를 잘 돌봐야 '먹는 삶'이 즐거워질 수 있습니다. 이를 닦을 줄 아는 아이들도 잇속 깊숙이 있는 어금니를 처음부터 잘 닦기는 힘들고 잘 닦이지 않는 탓에 충치가 생기기 쉽습니다. 만약 어렸을 때 어금니가 심한 충치로 인하여 뽑게 되면 성인이 됐을 때 그 뒤쪽의 어금니가 앞으로 쓰러지는 등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수시로 자녀의 입 안을 주의 깊게 살펴 첫 어금니 상태를 점검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올바른 치솔질 방법도 가르쳐야 하겠죠.
최근 첫 어금니를 보호하기 위해 합성수지 일종인 실란트로 치아홈을 메워주는 부모님들이 많아졌습니다. 음식물 찌꺼기가 끼어 충치가 발생할 소지가 큰 어금니 윗면의 홈을 실란트로 메우는 이 방법은 아주 간단하고 아프지 않기 때문에 치료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 사랑니의 문제점
만 20세 전후부터 나올 듯 말듯 하면서 애먹이는 어금니죠. 사랑을 알 만한 나이에 생긴다하여 사랑니라고 불리게 됐습니다. 사랑니는 음식 문화의 발전과 함께 퇴화된 치아입니다. 과거에는 거친 음식 밖에 먹을 게 없어 많이 씹어야 했기에 턱뼈가 발달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턱뼈엔 마지막 어금니(사랑니)가 정상적으로 나올 수 있는 공간이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음식물이 많이 씹지 않아도 소화가 잘되는 음식물이 늘어나면서 턱뼈 크기는 줄기 시작하였죠. 하지만 치아 크기는 턱뼈 크기가 줄어든 만큼 작아지지 않아 치아들의 자리싸움이 벌어지게 되어 그 결과 가장 늦게 생기는 사랑니는 윗부분만 살짝 나올 수 있거나 아예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고 잇몸 속에 파묻히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살짝 머리만 내미는 사랑니입니다. 치아 일부만 잇몸 밖으로 노출되어 그 주위에 음식물 일부가 끼기 쉽다. 입냄새가 나고, 급기야 염증을 일으키고 양치질을 할 때 피가 나게 됩니다. 염증이 심하면 입이 안 벌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다른 어금니에게 충치를 전염시키는 등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하루 빨리 뽑는 것이 좋습니다.
# 중년의 어금니는 잇몸 관리를 철저히
나이 들면 잇몸질환이 가장 큰 골칫거리입니다. 치주염은 세균 덩어리인 치태와 치석으로 인해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치조골(이를 받쳐주는 잇몸뼈)이 파괴되는 것이죠. 흔히 풍치(風齒)라고 얘기합니다. 치아 주위에는 세균의 집락인 치태(프라그)가 끊임없이 생깁니다. 이런 치태가 닦이지 않고 오랜 기간 축적되면 돌처럼 단단한 치석이 되는 것이죠. 이 치석을 방치하면 잇몸 속으로 파고 들어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잇몸뼈까지 파괴가 되면 치아 자체가 빠지려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치주염 초기에는 잇몸에서 피가 나고 붓는 정도라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아가 흔들릴 정도가 되어야 치과를 방문해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치과에 여러 번 와야 하고, 더 큰 통증을 느끼고, 치료비도 많이 들게 됩니다.
잇몸질환 예방은 치석 제거가 필수입니다. 스케일링을 6개월 한 번씩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치석을 방치해 잇몸 속으로 파고 들었을 때는 국소 마취 후 치석을 제거하는 수술(치근활택술, 치주소파술)을 받아야 하고 정도가 심할 경우 잇몸을 절개하여 치석을 제거하고 다시 봉합하는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예방을 해주는 것이 더욱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좋습니다.
나이가 들게 되면서 사람의 치아들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어금니 역시 위기를 맞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치아 중에서도 가장 힘이 좋고, 음식을 잘게 부숴 소화를 돕는 어금니는 치아 중 가장 건강을 유지해야 하는 치아입니다. 수시로 자신의 어금니를 체크하여 적절한 예방과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기를 놓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