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치아 때문이라고?
의사들이 쓰는 건강 리포트/노원종 W스타일치과 대표원장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할 때 입에서 냄새가 나거나 누런 치아를 갖고 있다면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이는 비즈니스를 할 때 이미지를 저하시키는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대화 중에 입냄새가 나면 전체적인 이미지가 다르게 보이며 대화 상대와 친밀하다 할지라도 참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양치질을 해도 구취가 쉽게 제거되지 않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섭취한 뒤 양치질을 하지 않고 1시간이 지나면 침에 세균이 배양돼 자연스러운 구취가 발생된다. 3시간 후에는 냄새가 강한 구취가 발생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치주염과 같은 치주질환을 겪고 있는 경우라면 음식물이 더 빨리 부패해 구취는 더욱 빠르고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때문에 양치질 후에도 쉽게 구취가 사라지지 않는다거나 통증이 나타난다면 치주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 치주질환은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될 심각한 질환 중 하나다. 통증, 붓기, 냄새, 발치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당뇨병, 심근경색 등 전신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각종 질환·합병증 발병률 높이는 치주질환 얼마 전 미국 뉴욕대학(NYU)은 치주질환이 뇌염증과 알츠하이머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2007년 미국·영국 합동연구팀은 치주질환 환자의 심근경색 발병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치주질환의 원인인 잇몸의 박테리아가 심장관상 동맥으로 옮겨가 혈전이나 염증물질을 만들어 혈관 벽이 두꺼워지는 관상동맥 경화증을 유발하는 등 심장혈관 건강을 크게 악화시키는 것이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치주질환이 태아의 조산을 유발한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각종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임산부의 경우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증가되는데 이것이 치주질환을 쉽게 불러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결국에는 치주질환에 걸린 임산부가 정상 임산부에 비해 조산아를 출산하거나 유산할 위험이 3배나 높아진다. 잇몸질환은 당뇨병과도 상관관계가 있다. 당뇨병에 걸리면 몸의 면역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잇몸의 세균저항력 역시 떨어져 치주질환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높아진다. 잇몸에 세균이 생길 경우 곧바로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들에게 치주질환이란 합병증을 불러오는 공포의 질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치주질환은 단지 치주질환만의 문제가 아닌 다양한 질환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순간의 귀찮음과 잘못된 정보로, 그냥 무시해버리기에는 치주질환이 우리 몸에 일으킬 문제들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수시로 건강을 체크해봐야 한다.
◆증상을 자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사실 치주질환은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진행되므로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질환을 자각하기 어렵다. 막상 증상을 자각했을 때에는 이미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선 치주질환의 원인과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른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주질환은 대부분 잘못된 칫솔질이 원인이 된다. 칫솔질이 올바르지 않고 규칙적이지 않으면 치아 사이에는 세균막이나 치석이 끼게 되는데,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이물질들은 끊임없이 독성물질을 뿜어내게 되고 결국 잇몸에 자극을 주어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질환 초기의 경우에는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붓고 약간의 통증이 나타난다. 하지만 치주질환이 더 진행되면 치아가 흔들리거나 피고름이 섞여 나오기도 하며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흔히 피가 나거나 붓는 정도의 치주질환을 치은염이라고 하며, 치아의 뿌리까지 염증이 번진 중증 이상의 치주질환을 치주염이라 한다. 즉 치은염이 심해지면 치주염이 되는 것이다. 치은염 정도는 치과에서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빨리 회복될 수 있지만 치주염까지 발전하게 되면 꾸준히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만 완치가 가능하다. 따라서 치은염이 발생했을 때 이를 간과하지 않고 치료를 시작해야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다.
◆올바른 칫솔질과 스케일링 관리 그렇다면 치주질환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식사 후 철저히 올바른 방법으로 칫솔질을 하는 것 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칫솔질로 제거하지 못하는 치태, 치석은 1년에 1회 이상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좋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스케일링을 하면 치아가 벌어지거나 시린 증상이 나타나고, 또 멀쩡한 치아가 흔들리게 된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흔히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치아 건강을 위협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지극히 잘못된 상식이다. 잘못된 칫솔질로 인해 발생한 치석과 치태는 잇몸과 치아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잇몸을 밀어낸다. 마치 자신이 잇몸의 역할을 대신하듯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러한 것들을 제거하게 되면 치아는 옷을 벗은 듯 한동안 시리고 흔들리는 느낌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잇몸은 다시 올라와 예전처럼 치아를 감싸고 시리거나 흔들리는 증상도 곧 없어진다. 냄새 나고 더러운 옷을 벗고 깨끗한 새 옷을 입으면 처음에는 어색하고 차갑지만 곧 내 몸에 맞춰지면서 따스해지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치주질환을 초기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되도록이면 음주와 흡연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음주와 흡연은 잇몸의 미세혈관을 팽창시켜 염증이 가속화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만일 이를 자제할 수 없을 경우에는 일반인보다 더 많은 칫솔질과 스케일링으로 보완해야 한다. 야채와 채소를 많이 먹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치아에 씹히는 섬유질이 치아 사이사이를 깨끗이 청소해주고 잇몸을 건강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평소 잇몸이 안 좋아 고민이 많았다면 잇몸약을 복용해 잇몸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